일제강점 피해자들이 제기한 한일회담 관련 문서 공개 요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2005년 1월 17일에 청구권 관련 문서 5권이 처음으로 공개되었고, 이를 계기로 한일회담 관련 외교문서에 대해 6개월간의 심사 작업을 거쳐 같은 해 8월 26일 156권 35,354쪽에 달하는 외교문서가 모두 공개되었다.
외교문서의 전면공개에 따라 그간 세간의 억측과 의혹의 대상이었던 한일회담은 정치적인 주장이나 편견, 선입관을 넘어 본격적으로 학술적인 연구 대상이 되었다. 일본측 외교문서가 아직 부분적으로 공개된 점, 회담에 관여한 미국측 외교문서가 전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측 외교문서만으로는 회담의 전모를 모두 파악할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측 외교문서는 한일회담의 전체상 및 핵심쟁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결정적인 1차 자료로 그 활용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었다.
외교문서는 학문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본회의의 회의록뿐만이 아니라, 기본관계문제, 청구권 문제, 문화재 반환 문제, 선박 문제, 어업 문제, 재일한국인의 법적지위 문제 등 한일회담의 주요 의제에 관한 위원회 회의록이 대부분 수록되어 있으며, 한국정부 내의 대일 정책 수립을 위한 내부검토 자료는 물론이고 일본 정부와 주고받은 정책문서, 조약 및 협약의 초안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또한 미국과의 정책조정 및 협의 내용을 보여주는 문서도 상당부분 들어 있어, 한일회담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데 주요한 자료로서 활용되고 있다.
한편, 정책적 측면에서도 외교문서는 그 빛을 발한다. 주지하다시피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 및 그 외의 협정으로 법률적으로는 한일회담의 주요 의제들이 해결되고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졌으나, 지금까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의 갈등과 대립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식민지 지배를 둘러싼 평가의 문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자를 둘러싼 피해자 보상 문제, 조선에서 반출된 문화재를 둘러싼 문제, 독도 문제, 해양 어업권 관련 문제 등은 과거의 문제이자, 현재도 살아 있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한일회담에 관한 학술적인 재검토는 한일 관계의 현안을 풀어가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학문적, 정책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한일회담 관련 외교문서는 문서의 양이 방대하다는 점, 해독이 어려운 문서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 문서의 분류체계가 난해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연구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손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대학교 일본학연구소는 방대하고 난해한 내용으로 이루어진 한일회담 외교문서의 모든 내용을 계통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제작업을 진행했으며, 동북아역사재단의 협력을 통해 『한일회담 외교문서 해제집 Ⅰ~Ⅴ』을 발간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동북아역사넷(☞ 바로가기)에는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일회담 관련 한국정부 외교문서와 해제집을 업로드해 놓았다. 작금의 한일 양국 간의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과 한일회담 등에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아래의 동북아역사넷에서 한일회담 관련 한국정부 외교문서를 확인해 보시기를 권한다.